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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자 협동조합의 현주소는?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 박강태 회장 인터뷰

  • 공정경, 이진백 기자
  • 승인 2017.09.25

10월 19일 국회에서 '한국노동자협동조합 정책토론회'가 있을 예정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 박강태 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을 만나 현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 노동자협동조합이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나 신협, 농협 같은 경우에는 조합원과 직원이 분리된다. 생협은 다수의 소비자가 조합원이고 조합원이 직원을 채용한다. 농협도 농민이 조합원이고 농협에서 일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은 제조서비스업 즉,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조합원으로서 일치된 신분을 가지고 있다. 흔히 '직원협동조합'이라고 하기도 한다.

-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이하 워커쿱연합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일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노동자협동조합 또는 직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프리랜서협동조합, 노동자자주관리기업 등 제조/서비스업 협동조합과 협동조합기업들로 구성된 연합회이다. 워커쿱연합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시코파(CICOPA)에 가입된 공식회원 조직이다.

- 시코파(CICOPA)는 어떤 조직인가?

세계노동자협동조합연맹이다. 시코파(CICOPA)는 1947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부문조직으로 창설된 ‘제조, 장인, 서비스 생산자협동조합 국제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Industrial, Artisanal and Service Producers' Cooperatives)'로서, 워커쿱(Worker Cooperative)을 전 세계적으로 대표하고 진흥하는 기구이다.

기업 소속 노동자(직원)들이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나서는 노동자협동조합 등장...자체 역사 20년...IMF 이후 여러 갈래로 모색하다 협동조합법 이후 시도 본격화 돼

워커쿱연합회 회원조합의 업종을 자세히 보면, 프랜차이즈업, 돌봄서비스, 시내버스, 인쇄업, CRM컨설팅, 교육서비스, 홈클리닝, 대리운전, 판매유통업, 온라인 식품판매업으로 주로 제조/서비스 분야이다. 워커쿱연합회 현황을 보면 21개 회원조합, 일자리 2,206명, 전기매출이 944억(2017년 6월 기준)이다.

한국노동자협동조합 계의 G5라고 말하는 해피브릿지, 쿱택시, 우진교통, 도우누리, 우렁각시의 규모를 보면 3000명의 조합원, 1000억 이상의 매출, 각 조합의 역사도 10년 이상이다. 쿱택시는 현재 워커쿱연합회의 회원조합은 아니다.

- 한국노동자협동조합의 역사가 궁금하다.

90년대 중반 전후로 성공회대 송경용, 김홍일 신부가 주도한 생산공동체운동이 있었다. 현장 노동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곳도 있었으나 낙후된 산업과 소자본, 업종의 한계로 모두 소멸했다.

97년 청년들이 대안기업으로 창업한 해피브릿지, IMF 이후 실업대책으로 우렁각시,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취약계층 자활기업, 부실기업을 노조가 인수한 우진교통 등 다른 출발점에서 다양한 루트로 만들어졌다. 2000년 초반에 임의 단체로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있었는데 사라졌고, 2006년에 한국대안기업연합회를 만들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2014년도에 합법적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를 설립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까지 포함하면 노동자협동조합의 역사는 20년이 넘는다.

- 처음부터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만들었나?

협동조합의 개념이라는 게 90년대에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새로운 경제적 대안을 탐색하면서 협동조합에 선두적으로 관심을 가진 분들이 있었다. '몬드라곤을 배우자'라는 책도 나왔고. 노동진영에서도 한때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졌지만, 창업의 물적 토대가 없었다. 초기 생산공동체운동은 기업화에 실패했고, 그 이후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노동자소유기업, 노동자자주관리기업 등 표현들이 다양했다. 사원지주제 비슷하게 운영하거나 주식소유를 의무화하는 등 협동조합처럼 운영하려고 노력했으나 두서없이 전개되고 변질되기도 했다.

협동조합 정보가 확대되고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법적으로 1인 1표와 공동소유가 법적으로 보장됐고, 형식과 내용의 완성도가 높은 협동조합으로 모이게 됐다. 해피브릿지도 여러 모델을 검토하다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노동자들 스스로 총회 구성하고 경영 목적과 과정을 결정하고 통제...임금격차 최대 5배수 이내로 통제하는 '급여연대' 실현...'신뢰'를 바탕으로 기업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 수행

- 노동자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하나?

업종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일하는 사람이 총회를 구성해 경영상의 목적과 과정을 결정하고 결과를 통제하고 스스로 처분한다는 점이다. 위임된 경영자나 소수의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 즉, 직원들이 모인 총회에서 방침들이 결정되고 그런 합의나 원칙, 내부규정과 제도에 의해서 운영한다.

고용을 보장하는 문제, 급여의 최소차이를 줄이는 급여연대 (주식회사에서는 급여가 몇십 배, 몇백 배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5배수, 국제적으로 10배수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등 일을 누가 결정하느냐, 직무를 누가 설계하고 평가하고 보상하느냐가 주식회사와 다르다.

- 직무를 평가하는 게 어려울 듯한데...

보통 주식회사는 돈 버는 바를 어떻게 측정해서 보상하느냐가 평가이다. 하지만 이 평가라는 게 무 자르듯이 명확하게 끊어지기가 어렵다. 권력이 자본에 있기 때문에 직원이 할 수 있는 건 경영권과 교섭하거나 해바라기가 돼서 잘 나가면 다행이고, 중간 정도로 만족하거나 떠나거나 한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룰에 의한 기회의 평등, 평가의 공정함, 그에 대한 보상의 공정함을 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대체로 명료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는다.

- 명료하지 않은 것이란?

명료하지 않은 것, 측정하기 어려운 것의 예를 들면, 요즘 사회적으로 논의 되는 직무 값이 있다.

회계담당자와 영업담당자의 직무적 가치를 어떻게 둘 거냐? 직무 값에 대해 사회적, 보편적 합의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우리끼리 합의할 수 없는 문제다. 논란이 되는 건 평가를 안 한다. 평가가 확실한 근속, 직책수당, 고충스럽거나 예외적이거나 가족 사항 등 명확한 사항을 기준으로 하고 보상한다. 성과는 개인보상보다 팀 보상이나 M 분의 1로 나눈다.

택시는 개인의 성과가 완전히 드러난다. 버스회사는 근로시간이 엄정하게 측정이 될 것이다. 야간이냐 주간이냐, 러시아워냐 아니냐 등등의 차이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명료하게 드러나는 차이들을 형평성 있게 잘 관리하면서 보상하는 게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인건비용을 줄이거나 적게 주려는 자본의 의도를 배제하고, 총성과를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성을 위하면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나눌 것인가의 결정을 스스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어떠한 역할과 책무를 맡아서 일 처리를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이고 최선의 대처를 할 것이라는 신뢰가 일단 있어야 한다.

 이런 신뢰가 바탕이 되면 감시, 관리, 지휘의 비용이 줄어든다. 역량이 닿는 한 최선의 결정과 대처를 할 것이니 그 비용을 역량을 높이는 교육에 충실할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책임의식과 자발적 근로의욕을 높이고, 생산성과 부가가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점이 주식회사보다 높다고 기대하면서 하는 거다.

- 노동자협동조합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노동자협동조합 자체가 어렵다. 노동자협동조합의 개념을 가지고 창업을 시도하려는 경우가 굉장히 희귀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의 철학적, 경제방식적 기대와 가치를 많이 갖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생각하기가 어렵다. 몬드라곤에 가면 원래 협동조합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거기 젊은이들은 그게 상식이다. 예를 들면, 성당을 다니는 데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이 성당 다니는 건 생활이지 종교적 체험을 해서 다니는 게 아니다. 이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회사 가는 거 너무나 당연한 거다. 10억 벌기 위해 살았고 자신의 가치를 높게 받기 위해 자기 개발하면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기업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별로 없다.

주식회사가 회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다르게 생각하기...출자금 높일 수록 책임감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

사업적으로도 어렵다. 임금노동자가 경영을 한다는 것은 개념이나 방식이 혁명적으로 바꿔야 하는 거다. 택시나 돌봄서비스 같은 개별노동 업종은 그래도 쉬운 편이지만 마케팅이나 재무, 전략, 경영지원, 전산, 영업 등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 일반기업에서 그런 정신을 실현하고 참여해서 경영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정말 새로운 시도라 어렵다. 노협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쉽지 않다. 독립운동 하듯이. 몇몇이 가진 그런 신념과 가치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 해피브릿지의 경우는 어떠했나?

소유자들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려고 했을 때 직원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되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 어떻게 설득했나?

해피브릿지 창업자들의 특성이 있었다. 다른 방식의 기업을 해보고자 해서 협동조합 비슷하게 운영했다. 온정적이고 회의도 많고... ‘협동조합으로 하면 더 망한다, 더 노골적으로 풀어지고 생산성도 떨어질 것이다’라며 직원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사실 이전의 생산공동체운동이나 2000년도 초반에 자활공동체들을 보면서 협동조합에 대해서 실망해서 기업모델로 유보했었다. 기업모델을 고민하다가 볼로냐에 가서 큰 협동조합, 사업적으로 우량한 협동조합을 많이 보고 왔다. 유럽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2010년 노동자협동조합으로 가기로 했고 2년 동안 직원들 해외연수도 보내면서 망하는 길로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또 쉽게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혜택도 줬다.

-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할 때 이탈한 사람은 없었나?

당시 대상자 100%가 조합원이 됐다. 근무 3년이 지나면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데 지금까지 자격이 된 사람 100%가 조합원으로 지원하고 조합원이 됐다. 우량한 조합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할 거고 애초에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출자금도 내야 해서.

- 출자금은 얼마인가?

출자금은 1000만 원이지만 연봉 수준으로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봉 수준으로 내야 ‘돈 가는 곳에 마음이 간다’고... 어느 정도는 내야 책임과 권리도 주인 된 행위가 나오더라.

- 몬드라곤 수준이다.

몬드라곤 수준이 합리적이라고 공감한다. 또 그 정도가 돼야 반듯한 사업을 할 수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은 주변에서 참 접하기 어렵다.

맞다. 사람이란 게 아무래도 눈에 보여야 생각도 들고 알아도 보고 한다. 성공사례인 G5도 직접 들여다보기 어렵다. 상암동, 장암동, 청주, 광진구, 부천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직접 접하기도 어렵다. 쿱택시는 상암동을 중심으로 운영해서 나도 한 번도 못 타봤다. 우리 회원조합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지역적 거리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노동자협동조합 G5는 대단히 큰 자산이다. 그 전에는 몬드라곤 사례만 얘기할 수 있었다. 자생적으로 성공한 다섯 사례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임금도 업종평균보다 약간 높고 고용도 안정되는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 운동과 노동운동, 연대와 협력 방안 찾아가야....해외사례, 노조가 노동기금 통해 노동자협동조합 설립 지원하기도

- 한국은 노조 조직률이 상당히 낮다. 노동자협동조합과 노조는 어떻게 가야 하나?

현재 한국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의 미래를 조직률에 기초한다면 비관적이라고 본다. 쿱택시가 택시회사를 인수하면 자본기업도 하나 없어지지만, 노조도 없어진다. 그래서 노조와 약간의 갈등 지점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미래차원에서 노조운동과 노동자협동조합운동이 같은 노동자 운동으로서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할 것인가 논의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도 민주노총이 공식후원하고 발제자로 참여한다.

노조운동은 자본기업이 많은 사회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자소유기업을 만드는 가치는 인정할 만한 것이다. 내가 어디 소속이든 간에 노동자소유기업이 실제 노동자의 삶과 근로조건을 더 높이는 일이라면, 쿱택시 같은 경우 노동자 자신의 자존감과 경제소득이 향상되는 방식이라면 노조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노동자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용인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노동자 운동으로서 노동자협동조합을 늘려야 하는데 이로 인한 노조 조직률 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노총의 소속은 아니지만, 노총과 노협 연합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더 크게 세력화될 것인가? 노조운동과 노협운동이 상위 차원에서 노동문제에 대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많은 사회에서 노동자연맹(노조운동진영)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을 지지하고 지원한다. 파업기금이나 노동기금으로 기업을 인수해 노동자기업 설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 철강노조는 아주 적극적이다. 노조가 기업을 인수하고, 노조가 중심이 돼서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드는데 협력적이고 우호적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노동자협동조합 같은 기업이 우리 사회에 많아져야 양극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를 위해 쓰인다. 일과 삶의 균형, 사회적 부의 창출이 사회구성원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 필수서비스와 공공성을 띤 분야, 특히 돌봄서비스 분야에 노동자협동조합이 많아져야 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진교통은 청주 시내버스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시민의 혈세로 버스사업자만 배 불리는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저지하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노동자협동조합을 알리기 위한 홍보와 교류를 많이 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 노동자협동조합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 어렵겠지만 몇백 명이라도 모인다면 촛불집회 때처럼 열정 하나하나가 모여 엄청난 에너지를 서로가 느끼리라 기대한다.

< 인터뷰 후기> 박강태 회장은 길을 가다가 어디서나 쿱택시를 탈 수 있고, 근처에 노동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돌봄서비스가 있어서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청주가 아닌 곳에서도 노동자협동조합 시내버스를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일상에서 이런 모습을 보려면 아마 한세대는 지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눈에 보이지 않은 시간이 밑거름으로 있기에 박강태 회장이 바라는 일상이 예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공정경, 이진백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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